동의학 이야기/과학적 침구

침뜸과 통증치료에 대해서..

지운이 2017. 12. 14. 13:12

침뜸과 통증치료

 

침뜸 시술로 통증이 완화된 경험은 임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상처로 인한 통증은 물론 각종 관절부의 동통(어깨나 목부위 통증, 손목/발목의 통증, 무릎의 통증, 허리의 통증 등), 흉부의 통증, 위나 복부의 통증, 심지어는 두통에 이르기까지, 침뜸을 통한 통증 완화의 예는 허다히 많다. 뿐만 아니다. 암환자의 통증 완화에도 매우 유효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통증 완화를 경험하는 병증은 인체에서 유발되는 거의 모든 통증에 해당되는데, 가만 보면 그 병변의 발생 요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침뜸은 거의 모든 통증에 효과를 보이는 등, 보편적 치료효과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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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침뜸이 어떻게 하여 통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하는 것일까? 그에 앞서 통증이 어떻게 유발되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 몸의 피부에는 여러 가지 자극에 반응하는 조직이 존재하는데, 신경말단에 존재하는 이것을 자극수용기라 한다. 자극에 반응하는 수용기(통각수용기)는 기계적수용기와 폴리모달수용기로 구분된다. 기계적수용기는 예리하고 빠른 통증으로 나타나며(1차통), 폴리모달수용기는 느리고 둔한 통증(2차통)으로 나타나며, 전자는 피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후자는 피부, 근관절, 내장 등 신체 전반에 분포한다. 피부에 존재하는 기계적 수용기는 다시 몇가지로 구분된다. 대체로 마이스넬소체와 모포수용기는 촉각(수용기)을, 메르켈소체와 루피니종말은 압각(수용기)을 그리고 패치니소체는 진동(수용기)에 대한 수용기로 분류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바로 이 신경말단의 수용기를 자극 흥분시키게 된다. 이때 1차적으로 발통물질이 생성되며 통증을 느끼게 된다. 주요한 발통물질로는 브라디키닌, 세로토닌, K+, H+와 프로스타그란딘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프로스타그란딘은 그 자체로 통각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고 브라디키닌 등의 통각작용을 증폭시키는 작용을 한다.

 

수용기에 입수된 자극은 다시 뇌/척수로 전달된다. 통각을 수반하는 침해자극은 구심성 신경섬유를 통해 척수 후근으로 들어가고(여기까지가 1차구심성뉴런), 여기서 시냅스를 매개로 2차 구심성 뉴런으로 이어지고 교차하여 시상으로 상행한다. 그리고 시상에서 뉴런을 바꿔 타고 대뇌피질 감각구에 투사된다.

 

여기서 흥분자극의 정보는 연수의 망양체, 시상, 시상하부, 대뇌변연계 등으로 보내지고 척수에서 대뇌에 이르는 자극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신경반사가 이루어지게 되고, 체성원심성신경, 자율신경 등을 통해 효과기에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즉 뇌척수를 매개로 한 신경반사는 체성신경(원심로/운동신경)으로도 이루어지고 자율신경(원심로)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신경반사의 결과 신경말단의 흥분은 한층 커지고 그로 인해 통증도 한흥 커진다. 신경말단이 흥분되면 동통부위를 중심으로 반사성 혈관긴축 및 조직허혈이 유발되고 또한 이로 인해 산소부족에 따른 조직파괴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발통물질이 추가적으로 유리됨으로써 동통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통증의 악순환” 기제라고 한다.

 

이처럼 신경반사는 ‘통증 악순환’의 기제로 작동되지만, 동시에 통증억제기구를 활성화하는 작용을 한다. 앞서 우리는 자극이 가해지면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는데, 신경반사과정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물질이 내인성 몰핀이다. 엔케팔린이나 엔돌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통증억제물질은 여러 지점에서 통각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들 물질은 주로 뇌에서도 분비되고 척수나 효과기 관련부위에서도 분비되어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뇌하수체, 시상, 시상하부, 연수로부터 척수를 거치는 원심성신경섬유를 통한 자극에 대응한 반사과정은 다양한 지점 및 경로를 거치며 통각억제에 작용하게 되는데, 엔돌핀, 엔케팔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 각종 신경펩티드와 신경전달물질이 통증억제물질 역할을 한다. 이 통각억제 경로를 ‘하행성통각억제기구’라고도 한다.

 

이 점이 침뜸 치료의 1차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서양의학이 약물이나 외과적 처치를 통해 통각경로를 차단하는 접근법을 취한다면, 동의학은 침뜸에 의한 생체자극을 통해 생체에 내재된 내인성 통증억제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통증을 제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말초신경의 종말에서 느끼는 통증의 감각이 뇌/척수의 중추신경으로 전달되는 경로는 자극 발생 부위에 따라 다른 신경경로를 거친다. 목 위의 머리에서의 통증은 삼차신경에 의해 그 정보가 전달되고, 그 외 후경부나 목부위의 통증은 경신경에 의해, 또 몸통 앞뒤의 통증은 흉신경에 의해, 요나 양쪽 하지 전면의 통증은 요신경에 의해, 마지막으로 양쪽 하지의 후면부와 생식기의 통증은 천골신경에 의해 뇌로 그 통증 정보가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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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리가 머리가 아플 때 뭔가 뇌속에서 통증이 유발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사실 뇌 속에는(뇌 세포 자체에는) 통각을 느끼는 수용체가 없다.

 

결국 두통은 뇌 표면에 있는 동정맥, 뇌막간에 있는 동정맥, 뇌저의 동정맥 등에서 오는 통증을 그 주변의 신경에서 느끼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특징적으로 뇌의 여러 혈관들을 지배하는 신경은 주로 삼차신경이라고 한다. 삼차신경은 뇌신경 가운데 가장 큰데, 뇌교에서 나와 삼차신경절-반월신경절을 거친 다음, 제1지/안신경, 제2지/상악신경, 제3지/하악신경의 세갈래로 나눠지는데, 뇌의 혈관 대부분은 바로 안신경에 의해 지배된다고 한다. 즉 두통의 대부분은 뇌표면, 뇌막간, 뇌저의 혈유흐름의 이상이며 이는 바로 삼차신경/안신경을 통해 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통에 대한 침뜸 치료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간단하나마 위로부터 얻어지는 함의는, 바로 신경말단의 흥분을 억제시키는 한편, 통증을 억제하는 통증억제기구를 활성화하여 통증억제 물질을 생성시켜 주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때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신경펩티드의 활약이다. 이 신경펩티드는 통증전달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신경펩키드는 통증 차단에 그치지 않고 혈관으로도 분비되어 생리기능을 활성화하는 작용도 한다. 이와 함께 신경반사는 내분비계도 활성화하여 호르몬의 생리활동도 자극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통증도 차단하고 염증도 제거하고 조직재생에도 관여하게 된다. 대표적인 신경펩티드로 알려져 있는 엔톨핀 엔케팔린 등과 같은 물질은 통증 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 신경펩티드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통증치료의 첩경일 수 있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통증을 잡기 위해 표적으로 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을 염두하면 인위적으로 제한적 조직손상을 가하는 침뜸은 신경펩티드의 분비를 활성화해 주는 매우 탁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전을 염두에 두면 침뜸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 질 수도 있다. 전두통, 측두통, 후두통, 두정통 등 두통은 발통부위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발생 부위를 잘 살펴 관련 신경경로를 중심으로, 특히 안신경 및 삼차신경의 흐름과 관련하여 연관된 혈자리를 찾아가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경신경에서 후두부로 상행하는 대후두신경 및 소후두신경 그리고 경신경에서 측두부로 상행하는 대이개신경 등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천주 ~ 풍지 ~ 완골로 이어지는 부위는 마사지만 해줘도 정신을 맑게 해 준다는 것을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두정부에 있는 백회혈이나 액각부의 두유 그리고 삼차신경이 흘러나오는 태양혈 등이 두통에 자주 활용되는 혈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두부나 안면부에는 많은 혈자리가 있다. 기왕의 전통적인 침구접근에서는 두통을 양명두통, 태양두통, 소양두통, 소음두통, 궐음두통 등으로 구분하여 접근하기도 하는데, 이들에 대한 취혈 및 치료법을 우리가 제기하는 관점에서 하나하나 음미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작업이 될 것이다.

 

물론 두통이 두부의 신경 및 혈류의 흐름의 문제가 아니라 위장장해 흉부통 등 타병변으로 유발된 경우라면 좀 더 복잡한 기전을 고려해야겠지만..  또한 생리활동을 정상화하는 일반적인 접근법(이른바 ‘전신조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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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동통에 대해서도 그 발생부위나 발생병변을 잘 살펴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신경경로를 찾아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물론 침뜸은 통증을 완화하는 작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염증의 억제, 조직의 재생, 면역 제고를 통한 병변 퇴치, 알러지나 천식의 개선 등에도 유효하며 그에 상응한 각종 치료기전이 연구를 통해 밝혀 지고 있다. 즉 침뜸은 단지 통증의 개선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체기능 활성화를 통해 각종 병변을 치유하는 작용을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 기회에..

(*芝雲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