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침뜸자극과 신경반사운동(2)/ 침뜸 자극의 작용기전에 대한 현대의학적 이해 4

2. 침뜸자극과 신경반사운동(계속)

 

2) 신경반사와 침뜸의 효과

 

(1) 신경반사와 통증억제 - 내인성 통증억제기구의 활성화

 

이러한 신경계의 반사운동에서 침뜸치료의 효과와 관련하여 1차적으로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반사과정에서 통증 억제물질이 생성된다는 점이다. 앞서 우리는 자극이 가해지면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는데, 신경반사 과정에서는 이에 대응하여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도 생성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물질이 내인성 몰핀이다. 엔케팔린이나 엔돌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통증억제물질은 여러 지점에서 통각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이들 물질은 주로 뇌에서 분비되는데, 척수나 효과기 관련부위에서도 분비되어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뇌하수체, 시상, 시상하부, 연수로부터 척수를 거치는 원심성신경섬유를 통한 자극에 대응한 반사과정은 다양한 지점 및 경로를 거치며 통각억제에 작용하게 된다. 엔돌핀, 엔케팔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각종 신경펩티드가 통증억제물질로 역할한다. 이 통각억제 경로를 ‘하행성 통증억제기구’라고도 한다.

 

*) 이들 물질은 2개 이상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펩티드인데, 폭넓게 보자면 약 20여종 이상의 관련 펩티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점이 침뜸 치료의 1차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서양의학이 약물이나 외과적 처치를 통해 통각경로를 차단하는 접근법을 취한다면, 동의학은 침뜸에 의한 생체자극을 통해 생체에 내재된 내인성 통증억제기구를 활성화함으로써 통증을 제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2) 자율신경 반사와 그 작용

 

신경계의 반사는 말초신경의 원심로를 통해 효과기에서 상응한 작용을 하게 되는데, 원심로는 체성운동신경이 되기도 하고 자율신경이 되기도 한다. 체성운동신경 원심로의 신경말단에서는 근/골의 굴곡 및 신장, 도피 등의 작용으로 나타나고, 자율신경 말단을 통해서는 생체의 자율기능, 곧 생체의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 자율신경은 호흡, 순환, 영양, 체온, 생식 등 생체의 자율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근골격계에 대해서도 작용하지만, 특히 신체 주요 장기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작용에 관한 표(생략)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분된다. 교감신경은 주로 촉진하는 작용을, 부교감신경은 억제하는 작용을 주로 담당하는데, 두 신경은 하나의 장기나 기관을 이중적으로 지배하며 길항적인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의 말초신경 말단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부교감신경의 신경말단에서는 아세틸콜린이 각각 분비되며 이들 물질이 장기나 기관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은 척수(T1~L3/4)의 전근을 통해 나와 교감신경간을 거쳐 이들 신경의 지배를 받는 자율성 효과기(기관 및 장기)에 분포한다. 그 일부는 직접 내장에 이르고 또 일부는 신경절(성상신경절, 복강신경절, 상장간막신경절, 하장간막신경절 등)을 거쳐 효과기에 이른다. 물론 피부조직의 땀샘, 입모근 및 관련 혈관에 분포하기도 한다

 

부교감신경은 두부 뇌간에서 기시하는 뇌신경(동안신경, 설인신경, 미주신경 등)을 경유하여 두부, 흉부, 상복부의 각 효과기를 지배하는 한편, 천추부(S2~4)로부터 나오는 천추부 부교감신경은 골반신경을 거쳐 골반내 장기를 지배한다.**)

 

**) 이상은 원심로에 상응한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의 경로인데,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의 구심로는 원심로와는 다소 다른 경로를 거친다고 한다.

 

 

(그림)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의 원심로

 

 

교감신경의 말단에서 효과기에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의 작동은 순환계를 촉진시켜 심박수 증가, 혈압상승, 혈관수축 등을 불러오며, 기관지를 확장시켜 가스교환을 촉진하고 당대사를 활발하게 함과 동시에 유리지방산 수준을 높여 에너지원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 준다. 또한 부교감신경 말단에서 효과기에 분비되는 아세틸콜린의 작동은, 일상생활 기능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으로, 장관평활근 활동의 항진, 위액 분비 증가, 유문괄약근을 이완시켜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촉진하는 활동을 통해 소모된 에너지원을 회복시켜 준다.

 

 

(3) 자율신경에 대한 침뜸자극의 작용효과

 

인체의 기관 장기에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길항작용을 통해 신체의 항상성이 유지되는 셈인데, 침뜸 자극이 이 자율신경의 작용에 관여하여 신체의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침뜸 자극은 대체로 교감신경 억제와 부교감신경 항진을 동시에 가져오거나, 어느 한쪽을 가져오거나 어느 쪽도 가져오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 다만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반응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침뜸의 자극은 어떤 경우에도 신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이 되며, 비록 아무 효과가 없을 수는 있어도 신체에 부정적인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4) 침뜸자극과 국소반사

 

침뜸자극은 이외에도 국소반사를 수반한다. 침뜸 자극시 국소 홍반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신경말단에서도 척수에서와 유사한 신경전달물질(물질 P, substance P)이 유리되어 혈관확장을 유발하여, 혈행을 개선함으로써 통증유발 물질을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축삭반사라고도 함). 축삭반사는 하나의 세포만으로 반사조절이 이루어지는 특수반사라 할 수 있다. 또한 콜린작동성신경 말단에서 아세틸콜린이 유리되어 근혈관을 확장, 근혈류를 개선함으로써 발통물질을 제거하게 된다.

침뜸자극의 국소에서의 반응은 물론 신경반사 작용으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즉 근의 긴장을 완화하고 통증 유발물질을 제어해 주는 한편, 침뜸자극에 따른 조직손상으로 생체방어기구도 작동된다. 이는 곧 이물질에 대응한 면역기구의 작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침뜸자극의 국소반응은 아시혈을 활용한 침뜸시술의 유용성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5) 침뜸자극과 혈류개선

 

침뜸 자극은 국소의 혈류개선 뿐 아니라, 원격부 근혈류 개선에도 작용한다. 골격근의 혈관은 아드레날린 작동성 혈관수축신경과 콜린작동성 교감신경성 혈관확장성신경의 지배를 받는데, 침뜸자극은 교감신경 가운데 콜린작동성신경을 원심로로 하는 체성자율반사를 일으켜(즉 콜린작동성신경을 자극) 골격근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혈류 개선은 대뇌피질 부위에서도 일어난다고 보고되고 있다.***)

혈류가 개선되면 적혈구 및 백혈구 활동도 활성화되는데, 특히 백혈구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면역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병증 치료 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 체성-자율신경 반사에서 대뇌피질에 광범하게 분포해 있는 콜린작동성 신경(체성구심성 신경섬유를 매개로 한 콜린작동성 신경)에 대한 자극으로 대뇌피질(전뇌기저부)의 혈관 확장으로 혈류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자극은 또한 신경성장인자의 분비에도 작용하여 뇌기저부 뉴런의 생존 및 기능 유지에 작용하고 이를 통해 인지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는 척주 방근부의 반사수용기를 침뜸 자극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축하는 것이다. 즉 복모혈 및 배유혈 그리고 사지말단부에 대한 침뜸 자극이 체성자율성 반사를 통해 근관절부 및 장기에 필요한 반응을 가져와 진통물질을 생성하거나 혈류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자율신경,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밸런스 유지라는 관점에 의거함은 물론이다.

 

 

3) 침뜸자극의 신경반사

 

통증에 대한 신경반사 과정을 매개로 살펴본 침뜸자극의 신경반사 반응은 대체로 세가지 경로로 요약해 볼수 있다. 첫번째는 축삭반사를 매개로 한 국소반응이며, 두 번째는 체성감각신경계, 즉 척수신경을 매개로 한 반사반응으로 분절성 반사반응이라고도 하며 주로 교감신경원심로를 통해 반응이 일어난다. 세 번째는 중추신경계를 매개로 한 반사반응으로 비분절성(전신성) 반사반응이라고 하며 주로 부교감신경로를 통해 반응이 일어나며 특히 혈류개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들 반사반응은 침뜸치료에서 아시혈, 복모혈 및 배유혈, 그리고 사지말단의 혈위와 각각 연관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아시혈 치료는 축삭반사를 통한 국소반응으로, 복모혈 및 배유혈 치료는 척수신경을 매개로 한 분절성 반응으로 그리고 사지말단의 혈위는 중추신경을 매개로 한 전신성 반응으로 각각 관련 병증의 치유에 기여한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주된 경향을 의미할 뿐이며, 각각의 반사반응은 상호 연관 속에서 그 작용을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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