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학 이야기/고전읽기 황제내경

<황제내경>을 통해 보는 '병인병기론'

지운이 2022. 3. 25. 18:46

 <黃帝內經>을 통해 보는 '병인병기론'

 

*이 자료는 황제내경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중국 王洪圖教授의 內經講義 강의자료에서 정리한 것이다. 병인병기론을 공부하며 좋은 자료라 여겨져 정리해 둡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병인병기론에 해당하거나 또는 관련된 <내경>의 주요 편들에 대한 것도 이어서 정리할 계획입니다.

관련 부분으로 <내경> 素問의  生氣通天論, 玉機真臟論, 그리고 至真要大論, 舉痛論 등과 靈樞의 百病始生편 등이 있다.

 

*王洪圖교수

北京中醫藥大學教授. 중국에서 《內經》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고, “二十一世紀中醫基礎課程”의 《黃帝內經》과정—《內經講義》의 主編者였음. 

2009年 72세로 사망

 

*그의 강의자료는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theqi.com/cmed/class/class7/

 

王洪圖教授 《黃帝內經》

 

www.theqi.com

 

 

■ 병인론

 

개념적으로 병인은 병의 원인이다. 인체의 음양의 균형이 깨뜨려져서 질병이 나타난다. 즉 인체의 음양 불균형이 그 원인이다. 이를 이른바 병인이라 한다. 사실 병의 원인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동의학 이론에서 병이란 무엇인가? 간략히 말해 음양이 실조되면 병이 된다. 병이 없다면? 음양이 조화를 이루면 병이 없는 건강한 상태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렇게 된다. 병인 분류에 있어서 《내경》에서는 음양으로 크게 나뉜다. “或生於陰,或生於陽. 生於陽者,得之風雨寒暑”이라 했다. 이는 이른바 외인을 말한 것이다. “生於陰者,得之飲食居處,陰陽喜怒”는 내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내경'은 병인을 크게 음양으로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사로 인한 질병, 그 원인은 역시 외사로서 양(陽)의 일종이다. 음식, 거처, 음양, 희노, 방실 등등, 이런 병들은 내생하기 쉽다. 병인 분류로 말하자면, 음의 부류에 속한다. 통상 <내경>에서 말하는 병의 원인은 외감실사, 정서과격, 음식실조, 노일실도, 기거무절, 질부손상, 그리고 병기유전 등으로 분류하여 다룬다.

 

병인은 크게 음양의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물론 다양한 것들을 담을 수 있다. 즉 질병을 발생시키거나 질병이 생기게 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혹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도 한다.

 

내경의 병인에 대한 이론을 살펴봄에 있어 두 가지 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여야 한다.

 

1) 병인의 상대성

 

상대성이란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에 걸린 그 사람에게는 무언가의 원인이 있어 병인이 된 반면, 병에 걸리지 않은 그 사람에게는 같은 원인이 병인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상대적이다.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 일, 생활 등을 영위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거나 더위를 먹거나, 바람을 맞거나, 추위를 받거나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환경이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병인이 되고,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것일 수 있다. 기후 변화가 나타났을 때 이것이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병인으로 간주되지만,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는 병인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칠정 자극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사람은 병을 일으키지만 다른 사람은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經脈別論》에서 볼 수 있듯이, “驚恐恚勞”(경공에노)는 모두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勇者氣行則已”라 했다. “驚恐恚勞”과 같은 원인은 모두 기혈을 문란케 하지만, 문란해지더라도 용자는 기 운행이 이루어져 괜찮다는 것이다. 반면 “怯者則着而為病”라 하여, 겁자는 기가 정체되어 병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병인은 상대적인 것이다. 동의학 이론의 연구에서, 임상 문제를 인식할 때 이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의학 이론 상으로는 영하 몇 도가 춥고 영상 몇 도가 덥다는 식으로 말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 이것을 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를 인식할 때 이런 전제조건을 염두하여야 한다. 병인을 말할 때 우선 그 상대성에 주의해야 한다. 여기서 상대성과 관련하여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과상대의 문제이다. 구체적인 병인으로 외감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 외감은 도대체 열성 풍열감기일까? 가장 많이 말하는 거겠죠. 과연 풍열감기일까요? 아니면 풍한감기일까요? 그러니 구체적인 병인의 확정을 위해서는 또 하나, 심증구인(審證求因)의 문제가 있다.

 

2) 증거를 찾고 원인을 구한다(審證求因)

 

외감병은 한에 속하는가, 아니면 열사에 속하는가? 바람(風)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바람은 만병지장이요, 육음의 으뜸이다. 늘 풍사가 끼어든다. 그러면 대체 풍열이 될까, 아니면 풍한이 될까? 이것은 사실 그날의 기온이 몇 도인지, 추웠는지, 더웠는지 분석한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감기에 걸린 사람이 많다. 기후 변화도 뚜렷하여 어떤 성질의 감기인지 명확히 언급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개략적인 것일 뿐, 개별적으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외감으로 감기에 걸려 진찰을 받으러 왔다면, 대체 풍한인가 아니면 풍열인가?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요? 그날 방안에 앉아 있었다면, 실온이 얼마였나? 밖에 나가 일을 하거나 밖에서 운동을 하였다면 기온은 어떠했나? 바람이 얼마나 쎘나? 등등. 이런 것을 물어봐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니다. 동의학에서는 환자를 직접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임상 증상이 어떠한지? 그 임상 증상에 따라 풍열인지 아니면 풍한인지를 확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심증구인(審證求因)이다. 임상적 표현에 근거하여 그 병인을 추구하고 연구한다는 것이다. 같은 환경에서 얻은 외감이지만, 풍열감기일 수도 있고, 풍한감기일 수도 있다. 이는 동의학에서는 매우 흔한 일이다. 따라서 전자라면 辛涼解表를, 후자라면 辛溫解表를 써야 한다. 두 사람은 똑 같은 환경에서 외감병을 얻었더라도 치료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증구인(審證求因)이 필요하다. 심증구인, 즉 그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거기에는 물론 직접적인 인자도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직접적인 중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임상적 상태가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상 소견에 따라 어떤 성질의 질병에 해당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외감도 내상도 다 마찬가지이다.

 

이런 종류의 병은 매우 유사한, 이른바 전염성 질병으로 거기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의 병이 내년의 병과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매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에 이 병의 증상을 보아 올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지, 비슷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했다면 그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 이것은 중의이론의 특징이다. 소위 개성화(개별화)라고 하는 것인데, 사람이 다르면 또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치료에서도 각인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천지인이라 했다. 전방위로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래서 심증구인은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서양의학적으로 그 일반적인 병인을 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많은 이화학적 지표가 있지만, 물론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다. 물론 많은 질병에는 이화학적 지표가 있다. 이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이고 이 세균은 어떤 세균인가? 어떤 바이러스에는 어떤 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할까? 또 어떤 종류의 세균인가? 어떤 종류이건 항생제를 쓰게 된다. 그래서 누가 병에 걸리든 어떤 바이러스든 또 세균에 감염됐든 다 같은 약을 쓴다. 하지만 동의학에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른 증상을 보이면, 그 반대의 약을 써야 할 수도 있다. 반대의 약이란 한열과 온냉으로 다를 수 있다. 즉 온약을 써야 할 경우도 있고, 냉약을 써야 할 경우도 있다. 이점은 동의학의 선진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성이란 바로 개별화된 (맞춤)치료이다.

 

그래서 병인 이론을 학습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른바 구체적인 병인자에 국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바이러스를 치료함에 있어 항바이러스제를 생각해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접근도 전혀 무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바이러스인지, 무슨 세균에 감염된 것인지를 알아내고, 그에 대응하여 쓰게 되는 중의약에 대해 어떠한 약리적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연구도 적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도 가능하겠지만, 이런 접근은 변증시치의 주요한 사고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병인의 문제는 인체 내 음양의 상대적 균형을 깨뜨려 병을 일으키는 원인에 관한 것이다. 옳은 말이지만,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대적이다. 이러한 상대적 표현은 임상적으로 비록 같은 환경에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성질의 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 병의 원인이 분명하더라도, 그가 보이는 증상과 그가 걸린 병의 원인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임상에서 그는 이미 다르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 병의 원인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그것이 바로 그 직접적인 병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인식하는 것은 전면적이지 않다. 추위에 떨지 않았었나? 네, 분명히 추위에 떨었는데 며칠 지나서 그는 이제 추위에 떨지 않는다. 그가 열증을 보인다면 열을 치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마황탕이 시작될 때는 추위에 시달렸었는데, 며칠 후에는 양명, 양명경증, 양명부증이 되었다. 병이 시작된 것은 추위(한) 때문이 아니었나? 그렇다, 추위였다. 그런데 양명경증이 되었다면 한을 다스릴 것인가? 이제 한이 아니다. 임상 증상으로는 열이다. 審證求因을 통해 열이라 구했다면 청열법을 써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동의학의 특징이다.

 

이상이 병인의 문제이다.

 

 

■ 병기론

 

병기란 질병이 발전하는 변화의 규칙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탐구하는 것이 병기론이다. 예를 들면 음양의 성쇠, 사정의 허실, 승강출입의 불균형 등, 이런 것들의 규칙을 분석하는 것이 곧 병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병증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은 어떻게 생겨날까? 한이 어떻게 해서 열로 바뀌었을까? 혹은 환자가 한사에 감수되었는데 왜 발열오한이 나타날까? 이런 이치들의 분석에는 엍던 증상이 생기고 발전하는 것은 물론 증상의 발생, 발전과 증상의 변화도 포함된다. 그 법칙은 무엇일까? 혹은 거기에 들어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가 왜 또 다른 증상이 생기게 되었을까? 다른 증상과 이 증상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떻게 바뀌었을까? 어떻게 생겨났을까? 등등, 이러한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잘 분석해야 우리가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질병을 정확히 판단해야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고 병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병기를 이해하고자 병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사실 제가 보기에 병기를 분석하는 과정은 곧 변증하는 과정이다. 동의학은 변증논치를 중시한다. 변증논치, 변증의 과정은 사실 병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어떤 과정을 통해 변증을 알아낼 수 있을까? 바로 병기를 분석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이다. 증이 나왔다면, 이제 질병이 발생, 발전 그리고 변화하는 법칙의 문제이다.

 

*     *     *

 

병인 병기에 관한 기록은 《내경》의 많은 편에 보인다. 주요한 것들로, 素問의 《生氣通天論》, 《玉機真臟論》, 그리고 《至真要大論》, 《舉痛論》 등과 靈樞에 《百病始生》편 등이 있다. 병인 및 병기에 관련된 이들 주요 편에 대해 정리해 가려 한다.

'동의학 이야기 > 고전읽기 황제내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강 병기의 순역 전변  (0) 2022.03.27
37강 《玉機真臟論》  (0) 2022.03.26
36강 五味偏嗜所傷  (0) 2022.03.24
35강 風為百病始  (0) 2022.03.23
황제내경 읽기 34강  (0) 2022.03.18